A Game of the Real and Imaginary Aroused by Imagination:
Excavation and The Islands


1998

Jung Kilsoo

Lee Young-hee has recently created a series entitled Excavation, displaying them at the show The Crack. In this work she represents her emotions derived from the color, texture, and pattern of comb-pattern pottery, exploring its potential. Lee approaches this work not to restore the pottery’s original form but to represent a world of new imagination through the overlap of forms with diverse textures and patterns. The concepts of ‘restoration’ in archeology and ‘representation’ in art are very similar in that both rely completely on the original form. Despite the difference of the two concepts, the former is to revive an object’s original appearance while the latter is to represent the original form through imitation.
If she confined her attitude toward the pottery to just restoration or representation, Lee’s work would only be a record of past things or a recreation of something from the past. But, she sees artifacts like pottery as complex symbols of space and time, going beyond mere imitation or revival. In other words, Lee sees this pottery as an accumulation of space and time. Lee does not perceive an artifact as a completely separate individual; instead she sees all the traces of life in the multiple layers covering the artifact and even the wild grass growing between its fragments. Her view of or attitude toward space and time does not fix the present time by dividing it as a lineal unit, but represents it as something abstract in which the present time is a mixture of past and future time. She understands things are always in flux. I described this feature of her work in my essay on her 1997 exhibition as “something multilayered, situated at the point where stagnant and continuous time, the variable and invariable, shared things and fragmented time intersect”
Upon close examination, we realize the fragments of a pottery she uses have different patterns and forms and thus lack unity. The pottery appears as a combination of different fragments and surrounding images collected from diverse places at random. Her work above all shows it has nothing to do with restoration or representation in that it still remains as fragments, and does not embody any complete form of pottery.
The main materials the artist used until recently were fibers with subtle difference such as cotton cloth and hemp cloth and other subsidiary materials such as abaca, sewing cotton, and cotton. Lee inserts cotton or leaves in a fiber structure with inner and outer cloth and then combines this with other elements. Next, she dyes this with red clay to create the illusion of faded color, and then inscribes patterns of the pottery on its fragments.
Fragments Lee Young-hee makes do not form a work of art but mere material for creating a work of art; things that can be combined and reconstructed, depending on situation and site, a way reinforced by her open ways of display and work. The artist has exhibited her works not only in galleries and museums, but display windows and walls of a department store. Recently, she displayed work at outdoor venues of the Winter Daeseong-ri exhibition and Juksan Arts Festival. The selection of venue and method of installation are dependent on the situation there or her imagination of and inspiration from the place. This approach recalls an era before art was displayed in a frame. Since then however painters came without consideration of the venue where their works are displayed. In this sense Lee’s work offers the clue to a significant aesthetic element. That is art should not separate from real life or comprehensive space-time that takes place there.
Her 1998 solo exhibition at the Tot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was The Islands. The museum building had a unique structure with many floors plus one semi-basement linked with steps. Once a performance hall, the building had a rough surface, and all doors between galleries were gone.
Her installation here reminiscent of islands appeared connected and overlapping within, slightly apart from the floor under lighting recalling a dark night at sea. The semi-basement was presented as a clandestine space like a cave filled with moisture and curiosity. But, the second floor was soaked with natural light from a wall-size window, and nothing was installed there. Structures reminiscent of small islands on a borderless sea: and objects on walls looked like a precipice, while vinyl and red clay on the floor evoked reality.
Lee’s work dramatically presents space through a game of represented images in imagination and association. The most salient change to the 1998 exhibition is her return to the images of association. They recover a lyric, sympathetic emotion, embracing a meditative, transcendental view of nature sporadically appearing in previous work featuring abstract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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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섬, 상상에 의해 환기되는 실재의 가상과 유희

1998

정길수

최근에 이르기까지 이영희가 줄곧 천착해 온 일관된 관점은 발굴 ‘틈’이라고 이름 지어진 일련의 작업 군들이다. 이것은 고대 유물의 발굴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미지들 중에서 특히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의 색상이나 질감 그리고 그것들의 문양을 통해서 느껴지는 정서를 그녀의 조형언어로 수용함과 동시에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취하는 접근방식은 토기의 원형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질감과 문양으로 파편화된 형상들에 의한 중첩을 통해서 새로운 상상의 세계로 그 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여진다.
기실 고고학에서 말하는 복원 Restoration과 예술에 있어서의 재현 Representation은 전자가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재생하는 것이고 후자가 원래의 모습을 모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양자 모두 원형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토기의 이미지를 대하는 이영희의 태도가 복원 또는 재현의 의미에 국한된다면 그것은 과거에 대한 기록으로서의 정보물이나 한 때 있었던 것을 대리하는 것으로서의 역할에 한정될 것이다.
그녀는 그러한 원형을 재생하거나 모방하는 것으로부터 관점을 일탈하여 토기와 유물들을 시간과 공간의 복합적 상징물로 이해하고 있다. 즉 시간과 공간의 오랜 축적 또는 누적의 결과물로서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것은 유물들 하나 하나를 완전한 개별적 개체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유물들을 덮고 있는 다양한 지층 속에 편재하거나 혼재하는 온갖 삶의 흔적들과 더 나아가 유물들의 파편들 사이에서 자라나는 들풀까지도 모두 하나로 인식하는 총체적 시?공간관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태도는 ‘현재’를 직선적 시간단위로 분절하여 고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또는 미래가 한데 뒤섞여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추상화하는 것이며 그녀가 이해하는 존재의 의미가 항상 가변적 선상에서 유동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한 특성에 관하여 나는 지난해에 있었던 그녀의 개인전 카탈로그에서 “정체된 시간과 연속적 시간, 고정된 것과 가변적인 것, 동시에 공유하는 것과 분절된 시간적 단위들을 연결하는 관계들이 수식+수평으로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하는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것으로 파악하여 기술한 바 있다.
실례로서 그녀가 재구성하는 토기의 파편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관찰하면 그것이 동일한 문양이나 형태로서 통일적으로 재구성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질감과 문양, 소재 등 이질적인 요소의 결함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토기에서 나타나는 파편들을 유기적 관계로서 결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여기 저기 산재해 있는 이질적 파편들과 주변의 이미지들을 (무)작위적으로 결합시킨 것처럼 보이며, 무엇보다도 그것들이 여전히 파편의 형태로 남아 있을 뿐 완전한 토기의 외형을 구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그녀의 의도가 복원이나 재현과 무관함을 반증한다.
최근까지 이영희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광목, 마, 삼베 등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는 섬유들과 아바카사나 목실, 솜 등의 부재료들이다. 그것들은 그녀가 원하는 특정한 크기와 형태로 재단되며, 겉감과 안감으로 이중 처리된 섬유조직 사이에 솜이나 나뭇잎 등을 넣고 다른 조각들과 결합한 후 황토 등 퇴색한 느낌의 색상으로 염색하며 다시 각각의 조각에 다양한 토기의 문양을 재봉질로 새겨 넣음으로써 완성된다.
재료의 사용과 표현에 있어서 이러한 방법은 비교적 섬유미술이라는 장르적 특정성에 충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작품으로 결정되는 과정을 이해하면 그것을 단순하게 특정 장르에 귀속시킬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사실 이영희가 만드는 섬유조각들은 그 자체에 의미로서는 ‘작품’이라는 성격을 부여받 못한다. 차라리 그것들은 작품으로 구성되기를 기다리는 단계로서 또 다른 의미의 소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일반적 의미에서의 예술작품처럼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완결성으로 완성되어 미술관에 옮겨져 전시되는 그런 성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장소의 특성에 따라서 언제든지 새롭게 조합되고 재구성될 수 있는 상태로 존재하며, 이러한 특성은 그녀가 취하는 작업방식의 개방성에 의해 보다 더 구체화된다.
이영희는 이전에 작품의 설치공간을 전문화랑이나 미술관뿐 아니라 백화점의 쇼윈도나 벽감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 예술의 일방적 소통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겨울 대성리 전과 죽산 예술제 등에 참여함으로써 야외공간에서의 설치작업을 시도한 바 있다.
어느 경우이든지 작품이 놓여질 장소의 선택과 설치방법 등은 전적으로 그 곳의 상황이나 그 공간에서 얻어지는 영감과 상상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타블로 이전 시대의 작업방식을 상기시키는데, 당시의 예술가들은 작품이 설치될 장소에서 반드시 작업을 해야만 했으므로 그 공간의 특성과 작품과의 관계를 최대한 고려하여 작업에 임했으리라는 추측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타블로 이후 현재까지 회화예술의 주된 방향은 그것의 자율성을 획득한 반면, 화면 안에만 자기 한정되는, 즉 작품과 그것이 설치될 공간과의 관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한계를 낳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영희의 작업방식은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미적 계기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데, 그것은 예술이 현실적 삶 또는 그 삶을 영위하는 총체적 시공간과 더 이상 유리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반성을 담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영희가 이번에 선보이게 될 장흥 토탈미술관에서의 전시 주제는 ‘섬’이다. 꽤 많은 비가 내리던 7월 말의 어느 날, 전시장에서 만난 이영희는 항상 그렇듯이 설치할 작품의 세부계획을 매우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토탈미술관은 전체적으로 3개의 층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짧은 계단 바로 아래에 위치한 반지하의 공간까지 포함하는-이전에 공연장소로 사용되었다는 이 장소는 내부수리 중인 듯 문짝들이 뜯겨져 있었으며 바닥은 모래가 드러나고 물이 괴어 있는 등 건물의 거친 면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었다-독특한 구조의 전시장이었다.
이영희는 분명히 텅 빈 이 공간 속을 거닐면서 ‘섬’이라는 전시주제를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설명하는 설치계획을 듣고 있는 동안 나 자신도 그 계획의 타당성에 공감하고 자연스럽게 설치가 모두 끝난 후의 모습을 예견하기도 했었다.
그 계획을 개괄적으로 기술한다면, 우선 1층의 전시공간은 서로 연이어 있거나 겹쳐져 보이는 섬들을 연상시키는 조형물들이 바닥 면에서 약간 띄어진 상태로 설치될 것이며, 이것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밤바다에 떠있는 것과 같은 조망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반지하층의 공간은 보다 더 어둡고 내밀한 공간으로서 축축한 습기와 신비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동굴의 모습으로 연출될 계획이다. 이와 달리 2층의 전시공간은 벽면의 한쪽 일부를 차지하는 넓고 큰 창문을 통해 흘러 들어오는 자연광으로 흠뻑 젖은 밝은 공간으로서, 이곳의 모든 벽면은 완전히 비어있는 상태이며 조형물은 바닥에 설치하게 되는데, 그것은 망망대해에 떠있는 작은 섬을 연상시키게 될 것이다.
또한 나머지 3층의 공간은 벽면에 부착되는 방식으로 설치될 예정인데, 이 조형물들은 해안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단애와 같은 이미지를 전달할 것이며, 바닥에는 비닐과 황토 등이 적절히 배치됨으로써 현실적 효과를 가중시키는 동시에 관람자의 동선을 건물 밖의 테라스로 연결시켜 그들을 전시공간 밖의 외부 풍경과 조우하게 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영희의 이번 작업방식은 실재적 공간과 그것을 통해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극적으로 결합시키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전의 작품과의 관계에서 고려할 때, 이번 전시에서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연상이라는 수단에 의존하는 재현적 이미지로의 회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 형상을 담지하지 않은 채 추상적 이미지만을 전달하던 이전의 작품과 비교하면 이러한 변화는 이전에 부분적으로만 감지되면 초월적?명상적 자연관으로의 이행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서정적이고 공감적인 정서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연상 또는 상상에 의해 결합된 재현적 이미지의 유희. 그녀의 의도대로라면 이번 전시는 실재적 공간-창문을 통해서 또는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외부 풍경-과 가상적 공간-‘섬’으로 연출된 전시공간-이 공존하며 전달하는 미묘한 체험을 제공해 줄 것이다.